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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004]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새람
2017. 5. 5. 14:48
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특히 이번 글은 꽤 누설이 있을 것 같네요. 심한 언급은 없겠지만, 영화 안 보신 분들은 주의해서 보세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 2016
이 영화는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같은 해에 개봉한 총체적 난국인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비해서 이 영화는 중간중간 어이가 없는 부분도 있고, 말도 안 되기도 하고 도대체 왜 저렇게 전개를 하나싶은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긴 해도 끝까지 볼만은 했거든요. 물론 가면 갈수록 깝깝해지긴 합니다만..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는 히어로 영화의 한 획을 그을 희대의 명작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예고편을 본 모두가 그랬을 겁니다. 예고편 한 장면, 한 장면이 매료가 안 될 수가 없었거든요.
특히 마지막에 배트맨과 슈퍼맨이 마주치는 장면은 전율이 흐를 정도였습니다.
슈퍼맨이 리부트되고 이제 한편 나오고,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 이후 새로운 배트맨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인데 둘이 밑도 끝도 없이 맞붙는다는 게 조금 무리가 있긴 해도 그 설정 자체가 너무나 흥미로운데다, 영화 줄기 자체는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아도 때깔 하나 만큼은 장난 아니었던 전작 맨 오브 스틸이 있었기에 기대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고편이 하나둘씩 계속 더 공개되면서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죠. 그냥 단순히 모두가 기대하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둘 사이에 자신들만의 정의가 맞부딪쳐 싸운다는 것보다는 출연 인물과 다루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보이더라구요.
보니까 렉스 루터에 원더우먼에 전편에 나왔던 조드 장군까지 나오고, 급기야 둠스데이까지.. 그 지경에까지 이르자 기대는 어느새 이 많은 걸 어떻게 한 영화에 다루지? 하는 걱정으로 바뀌어갔습니다.
그렇게 나온 영화는 그 걱정 그대로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뻥뻥 불어터져 흘러넘치고 말았습니다.. 기대하던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너무나 허무하게 몇분 나오지도 않고,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전지전능한 렉스 루터의 손에 두명이 꼭두각시처럼 놀아나다 나중에는 진짜 뭐하는건지도 모르겠더라구요.
사실 별다른 액션 씬도 없이 흘러가 지루하다는 초중반부는 전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봤습니다. 지금까지 히어로 영화에서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들에게 끼치는 피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영화는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걸 전편과 이어지는 이 영화의 오프닝 씬이 굉장히 잘 다루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영화가 흐르면 흐를수록 뭔가 이해가 안 되는 흐름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하나하나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저 상황에서 저 인물이 왜 저러지?하면서 모든 장면이 이해가 안 되기 시작하고, 그 절정이 그 유명한 '마사' 씬에서 터집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마사' 씬에 대해서 어느정도 주워듣고 가서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음에도,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 나오자 영화에 남아있던 일말의 기대가 모조리 날라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그 전까지 조금 이상하긴 해도 나름대로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볼만은 했었는데, 그 이후에 전개가 정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너무 많은 요소들을 꾸역꾸역 담아넣은 것도 문제긴 하지만, 가장 문제는 우리가 기대하던 모습들을 볼 수 없었다는 것 같아요.
예고편에서 나왔던 배트맨과 슈퍼맨의 첫 대면은 장면만 떼어놓고 보자면 멋있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그냥 일방적으로 슈퍼맨이 배트맨에게 말그대로 위협만 하고 간 것에 불과하고,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애초부터 렉스 루터에게 놀아난 두명이 강제로 싸우는 것인데다 그마저도 싸우다 말구요..
마지막 둠스데이와의 1:3 대결은 할말이 없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가장 길고 박력있는 절정 부분이니만큼 볼거리는 충분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기대하던 건 이런 게 아니었거든요.
악역인 렉스 루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온 것까진 좋은데, 강력한 힘 없이도 서서히 슈퍼맨을 조여오는 우리가 아는 렉스 루터라기보다는 말도 안 되게 전지전능한 미치광이에 불과해보였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아쉬운 점들을 뒤로 하고도, 실제로 실망스럽고 아쉬운 영화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쁘지만은 않은 영화였습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을 한 영화에서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데다, 기존의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 흐름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향이긴 했거든요. 조금 이상한 방향이긴 하지만.. 정말 보다보면 후의 전개를 예측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의 평가는 이제 곧 나올 DC판 어벤저스, 저스티스 리그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또 갈릴 것 같습니다. 배트맨 캐릭터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붕괴되었다고 하더라도 캐릭터 자체는 어느 배트맨보다도 박력 넘쳤고, 원더우먼도 너무나 뜬금없지만 그래도 괜찮았거든요.
저스티스 리그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이 멋들어지게 만들어준다면 이 영화도 징검다리로 나쁘지않은 영화는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저스티스 리그가 이 영화보다 더 시원찮아진다면, 그냥 망해가는 절차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되겠죠.
마블과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DC이니만큼 그 특색을 잘 살려서 좀 잘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DC는 마블과는 또다른 뭔가가 있긴 하거든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거의 기대를 이제는 놓아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실날같은 희망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 영화나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흥행이 너무 잘 되어서 그냥 되는대로 다 때려박아도 할말은 없지만..
이래저래 아쉬워도 나쁜 의미에서든 좋은 의미에서든 여러가지 의미로 히어로 영화 계보에는 들어갈 영화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