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009] 아이언맨
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아이언맨 (Iron man, 2008)
인피니티워 개봉 한달 남은 기념으로 지금까지 나왔던 마블영화들 그냥 순서대로 끄적거려보려고 합니다. 마블 만화사 원작의 영화만을 따지자면 그 전에 샘 레이미 판의 스파이더맨도 있었고 이안 감독의 헐크 등, 이것저것 많지만 통칭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불리우는 그 세계관에 속해있는 영화들 위주로 집중적으로 다뤄볼려구요.
아이언맨1이 나오기 전에는 사실 슈퍼맨과 배트맨이라는 걸출한 원작과 괜찮은 완성도에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영화들을 가지고 있던 DC가 한국에서만큼은 당연히 압도적인 강세였습니다. 본토인 미국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기껏해야 애니메이션으로도 익숙하고 여기저기 잘 나오는 스파이더맨과 헐크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마블 영웅들은 사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꽤나 낯설었으니까요.
그런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켜버린 영화가 이 아이언맨1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개봉했을 때, 스파이더맨 시리즈 덕분에 히어로 영화를 되게 좋아해서 아이언맨이 뭔지도 잘 모르고 그냥 히어로 영화라서 보러갔다가 깜짝 놀란 기억이 나네요.
분명히 이야기 구성 자체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이지만, 지금까지 마블 세계관 영화들 중에 이 아이언맨 1편만큼 우리가 히어로 영화에서 원하는 오락적 재미를 제대로 충족시켜준 영화가 없는 걸 보면 정석적으로 그리면서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재치있는 캐릭터성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정의만을 울부짖으며 고리타분했던 기존의 영웅에서 벗어나 지맘대로 하면서도 히어로 영화에서 우리가 바라는 쾌감을 제대로 전달해줍니다.
경이한 탄생 - 비범한 능력 - 고난과 시련 - 고난의 극복 - 행복한 결말. 정말 고전에서부터 이어져오던 영웅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현대와 아주 잘 맞는 구성을 보여줬죠. 아무리 대 히어로 시대의 막을 연 영화라지만, 사실 그 전에도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등 히어로 영화가 많지는 않더라도 간간히 나왔기 때문에 분명히 구성 자체는 평범했는데 그 구성 하나하나의 완급 조절을 완벽하게 해내 러닝타임 내내 지루한 부분 없이 달리게 해줬어요.
특히 중반에 프로토 타입이 아닌 완성된 아이언맨으로의 변신 장면에서는 그때 당시 아이언맨 원작 만화 자체를 모르고 봤었는데도 끔뻑 갈 정도였으니, 아이언맨을 만화로 먼저 접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꿈같은 장면이었을 것 같네요.
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만큼이나 정말 중요한 존재가 악당, 빌런인데 아이언맨 2, 3의 빌런들은 뭔가 상태 안 좋고 찌질한 데 반해 1은 빌런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형태의 빌런이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도 중간중간 설정을 살살 잘 뿌려서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얼핏보면 그냥 깡통맨이 나와서 다 때려부수는 영화이긴 합니다. 그런데 정말 잘 때려부순 게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이죠. 히어로 영화라는 장르에서 벗어나서도 오락영화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보는내내 부담없이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입니다. 오락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게 보는동안 지루해지면 안되는건데 아이언맨1은 롤러코스터처럼 미친듯이 휘몰아치면서도 지치지않고 재밌었어요. 마냥 때려부수는 게 아니라 위트있는 대사들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정말 잘 때려부숩니다.
지금까지 나온 마블 세계관의 수많은 영화들이 이 아이언맨1이 포석을 잘 닦아준 덕분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사전지식 없이 봐도 된다는 점과 그냥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재밌다는 점에서 마블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원탑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