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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006] 플로리다 프로젝트

새람 2018. 3. 13. 23:53

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안타깝고 슬픈 영화를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런 영화들은 관객들을 울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혹은 그 안타까운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감정을 관객들에게 강제로 밀어붙일 수 밖에 없는데 전 그런 것들이 너무 거북해서 꺼려지더라구요. 물론 그중에 정말 좋은 영화들도 많고, 완급 조절을 훌륭하게 해내서 보기 거북하지않은 영화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그 정반대에 서서 그냥 상황 자체를 비춰주기만 할 뿐입니다. 영화라는 설명이 없었으면 그냥 다큐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만큼 담담하게 일어나는 상황들을 나열하기만 해요. 작년에 나왔었던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비슷한 류였는데 사건의 강도가 그 영화가 더 셀 뿐,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담담하기로는 더한 느낌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들을 향한 동정의 시선도, 이들이 이렇게 된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서 정말 좋았네요. 단지 플로리다의 계속 이어지는 놀이동산 같은 환상적인 풍경에 이들이 좀 안타깝게 느껴졌을 뿐,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디즈니가 플로리다 전체를 휴양지로 만들려다가 비용 문제와 월트 디즈니가 사망해버리는 바람에 흐지부지되버리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이었던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그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남은 부지들은 영화 안에서 나오는 모텔들인 매직캐슬이나 드림~~ 같은 환상적인 이름만 남은 빈민촌이 되어버렸죠. 


영화 안에서 윌렘 데포를 제외하고는 다른 주역들은 거의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배우들을 데려다 써서 그런지 이 영화의 현실감에 더욱 힘을 실어줬습니다. 더군다나 누구나 알만한 친숙한 얼굴인 윌렘 데포가 나오니 영화에 나오는 이들을 지켜보는 대변인에 우리들을 투영할 수 있었어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이들이지만 절대 동정이나 불쌍한 시선을 보내지 않는 것에 정말 스무스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이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내놓은 어머니나 온갖 나쁜 짓만 골라하는 무니가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들을 마냥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여길 수 만은 없죠. 그 경계선을 잘 줄타기하며 극적 요소까지 잘 챙겨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몰입감도 동시에 챙겨줬네요.


이 플로리다에서 유일하게 툴툴거리면서 이들을 챙겨주는 윌렘 데포의 자연스럽고 인자한 연기도 훌륭했지만, 정말 그냥 딱 이곳에 가면 이렇게 살고있을 것 같은 어머니 핼리 역할을 한 브리아 비나이트와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가 진짜 기가 막혔습니다. 둘 덕분에 너무나 현실적인 이 영화가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웠던 것 같아요. 무니 역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는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최연소 신인상을 받았던데 정말 받고도 남을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국내 포스터나 예고편 뿐만 아니라 해외의 매체들을 봐도 그냥 보기에는 아이들이 나오는 힐링영화로 보여집니다. 저도 이 영화 정보를 처음 듣고 포스터만 보고 지나쳤을 땐 윌렘 데포 아저씨가 나오는 따뜻한 힐링영화구나하고 한동안 알고있었으니까요. 힐링이 되는 부분이 있을수야 있겠지만, 사실 절대로 힐링영화가 아니죠.. 오히려 보고 힐링이 필요한 영화긴 합니다.


국내에서 수입을 이상하게 해온 다른 케이스랑 달리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미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한 것 보니 의도적으로 노렸던 것 같아요. 영화 전체가 환상적인 휴양지의 이면에 있는 찝찝한 아이러니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뭔가 굉장히 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결말이 이 아이러니의 끝을 찍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이질적으로 변해 보고난 직후에는 정말 당황스러웠는데 나중에 곱씹어보니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 결말이 있을까 싶네요.




너무나 현실적인 영화일 뿐만 아니라 영화적 재미도 상당했었던 영화였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 정말 재밌고 좋은 영화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