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쓰리 빌보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
영화의 전개 뿐만 아니라 영화가 뭘 말하는지,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전혀 예측이 안되면서도 그 과정들이 전혀 지루하지않고 흥미진진했던 영화였습니다. 모든 상황들이 어긋나는 아이러니를 극대화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전작들이었던 '킬러들의 도시'나 '세븐 싸이코패스' 때도 이런 아이러니를 완전히 가지고 놀았었는데, 줄거리부터 흥미로웠었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영화는 딸이 성폭행당해 죽었다는 대단히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이렇게 흥미로운 영화를 만들어낸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아요.
딸을 잃은 어머니가 무능한 공권력에 맞서 저항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선과 악을 딱 정해놓고 고통을 호소하며 신파로 흘러가는 영화들을 정말 싫어해 사실 줄거리만 처음 봤을 때에는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단순히 예고편에서의 임팩트와 감독 이름만 기대하고 보고왔는데 이렇게 흘러가겠다 싶은 게 다 어긋나더라구요.
어머니를 마냥 불쌍한 인물로도, 경찰을 그저 맞서야 할 악으로 그려놓지도 않고 더 나아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선과 악, 둘 중 하나로 절대 규정짓지 못하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래서 거대한 공권력을 상대로 속시원하게 한방 엿먹여주는 사이다물을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실망하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얼키고 설키는 부조리극을 즐기시는 분들에겐 아마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각본이 정말 완벽하고 촘촘하면서도 전개와 캐릭터가 절대 예상한대로 흘러가지 않아 보는내내 흥미진진했습니다.
단순히 무능한 공권력을 향해 맞서고 비판하는 영화들은 그동안 숱하게 많았기 때문에 극초반에는 광고판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조금 흥미로울 뿐, 딱히 별 다를 게 없겠구나싶다가 점점 관객들에게 의구심을 들게 만듭니다. 당연히 이런 영화에서는 어머니의 대척점에 서있는 경찰들이 나쁜 놈으로 설정되어야 하고, 그들에게도 분명히 어느정도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 만들어야 하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경계를 무너뜨리고 영화 안의 인물들이 자꾸 어긋난 방향으로 잘못된 대상을 향해 자신들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이 꼬이는 것을 굉장히 냉소적으로 비추기만 합니다. 특히 중반부 사건 이후로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절대 예측을 할 수 없겠더라구요.
결국 크게 보면 용서에 관한 영화인데 이렇게 베베 꼬아 '용서'라는 단어 자체에 의구심과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주제 또한 가장 의외의 인물에게서 나오구요.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가져간 만큼,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합니다. 모든 인물들이 감정이 폭발해 비뚤어진 채로 행동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고 관계가 촘촘히 엮여있었습니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샘 록웰은 그야말로 이 영화에서 날라다닙니다. 그동안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였는데 이상하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는데 영화 안에서 단순히 폭발적인 과잉의 연기가 아니라 캐릭터와 배우가 혼연일체된 것처럼 걸음걸이부터 표정, 말투까지 딱 맞는 연기를 보여줬어요. 다른 배우들 역시 정말 좋았습니다.
일단 그냥 너무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내 늘어지는 부분 전혀 없이 끝까지 달려가 여운있는 엔딩까지. 오랜만에 정말 보는동안 빨려들어가는 완벽한 영화 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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